도하
야간 택배 기사 · 서울
“들려. 아직 여기 있어.”
도시는 사람을 두고 떠났다.
손전등이 닿는 곳까지만, 세상은 존재한다.
PROLOGUE대피는 아홉 시간 만에 끝났다.
버스와 배와 비행기가 도시를 떠났다. 남은 사람을 세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 밤 도하는 지하 서버실에 마지막 택배를 내려놓고 계단을 올라왔다.
도시는 이미 떠난 뒤였다.
서울에 남겨진 택배 기사 도하는 무전 9번 채널 너머의 목소리를 따라 남쪽으로 간다. 게임 속 모든 대사는 이렇게 무전으로 온다.
소리와 불빛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 한 번 쫓기 시작하면 걸음이 빨라진다.
무전에 나오는 사람마다 자막 색이 정해져 있습니다. 화면이 어두워도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압니다.
야간 택배 기사 · 서울
“들려. 아직 여기 있어.”
무선사 · 도쿄 · 9번 채널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 하잖아.”
진료소 간호사 · 방콕
“그게 다리를 막고 있어요. 며칠째 움직이질 않아요.”
새벽호 선장 · 싱가포르
“3번 부두로 와요. 접안 준비 중입니다.”
1부는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 다섯 개의 밤. 2부는 새벽호를 타고 항바이러스제 상자를 실은 채 남극까지 가는 일곱 번의 기항입니다.
대피 방송이 끝난 지 아홉 시간. 광화문 안뜰까지 가고, 감염체가 떨어뜨린 무기를 주워야 한다.
김 선장의 어선은 기름이 모자라다. 출입 카드 세 장을 모아 연료고를 연다.
“22시 수송 취소. 남은 인원은 각자 남쪽으로.”
하루의 목소리가 남쪽 끝까지 닿도록, 타워 주변을 비우고 안테나를 건다.
“도하, 나는 여기 남을게.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 하잖아.”
강 건너 진료소의 불빛. 다리를 막고 소리를 기다리는 그것을 쓰러뜨려야 건널 수 있다. 진료소에는 열두 명이 있었다.
새벽 네 시. 접안까지 60초, 부두를 지키고 현문으로 오른다.
“현문 내렸습니다! 올라와요!”
파란 뚜껑의 항바이러스제 상자 네 개. 강물이 불기 전에.
저장고 원격 개방까지 100초. 모래 폭풍 속에서 버틴다.
피라미드는 사천오백 년을 버텼다. 하룻밤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숨을 몰아쉬는 기관. 갈라타 정비창에서 부품 세 개를 챙긴다.
종탑 중계기 셋을 켜면 북대서양의 생존자들과 이어진다.
광장의 물은 무릎까지 차 있었다. 종탑의 종이 바람에 한 번 울렸다.
붉은 금을 밟지 말 것. 용암 지대를 지나 교회 앞 부두의 쇄빙선으로.
급유선이 오기까지 90초. 케이블카로 언덕에 올라 버틴다.
“비 소리 때문에 네 목소리가 반밖에 안 들려. 그래도 말할게.”
감염이 닿지 않은 마지막 곳이라던 기지. 헬기가 내릴 때까지 헬기장을 지킨다.
불빛 밖은 길 윤곽만 겨우 읽히는 어둠. 손전등은 가까운 적을, 없으면 걷는 쪽을 저절로 비춥니다.
빛나는 총을 밟아 줍습니다. 탄은 탄창 단위로, 장전된 탄과 예비탄을 따로 셉니다.
체력과 함께 배터리가 줄어듭니다. 질주에는 숨이 들고, 붙은 적은 밀쳐서 떼어 냅니다.
챕터마다 두 장의 기록, 불빛에 비춘 감염체는 도감에. 지나온 도시가 조금씩 쌓입니다.
불빛에 비추거나 쓰러뜨린 개체가 도감에 남습니다. 막대는 위험도입니다.
소리와 불빛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 한 번 쫓기 시작하면 걸음이 세 배 가까이 빨라진다.
발밑을 비춰라. 튀는 순간 옆으로 비키면 헛손질한다.
붙기 전에 쓰러뜨려라. 붙었다면 밀치지 말고 거리를 벌려라.
2부 12장. 서울의 첫 번째 밤부터 남극의 마지막 기지까지.
탈출로는 없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만 기록된다. 13개 도시와 특전 무대 화성.
사냥 시간 · 권총 한 자루 · 정전의 밤 · 무리 · 큰 사냥감. 연달아 쓰러뜨리면 배수가 최대 ×3.
주황색은 화성 서바이벌 3 · 5 · 10 · 20분에 하나씩 열리는 특전 무기입니다.
쇄빙선 갑판 위로 해가 떴다. 이 계절의 남극에는 밤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기지의 연구원들은 녹의 상자를 열어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실험실의 불을 켰다.
무전기가 울렸다. “…여기는 하루. 들리면, 아무 말이라도 해.”
“들려. 밤이 끝났어.”
모두가 떠난 밤, 남겨진 택배 기사 도하가 무전 너머의 목소리에 기대어 불 꺼진 도시들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남극까지, 마지막 배와 마지막 새벽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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